프랜차이즈 위기와 해법 ④ 정부 무관심·낮은 고용률도 ‘한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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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월드 9월호]

자영업자 비중 27% OECD 2위…치솟는 임차료 큰 부담

프랜차이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치즈통 행세, 보복 출점, 직원 성추행, 가맹점 수 부풀리 기 등 각종 편법·갑질 경영이 드러나면서 연일 뭇매를 맞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시작된 지 어느덧 40년. 그간 누적된 적폐를 이 기회 에 모두 털고 간다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 단, 작금의 프랜차이즈 산업이 가진 문제를 가맹 본 부의 갑질에서만 찾는 건 온당치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영업 포화, 기업의 낮은 고용률, 노 후 보장이 안되는 ‘용돈 연금’ 등 사회 구조적 문 제들이 함께 해결돼야 비로소 온전한 자영업 시장 개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산업 을 둘러싼 국내 자영업 시장의 문제와 해법을 하나씩 살펴보자.

‘버려진 시장’. 국내 자영업에 대한 자조 섞인 평가다. 역대 정부는 물론, 정계나 학계도 자영업 시장에 별다 른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자영업에 대 한 정치권의 무관심은 지난 19대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도 드러났다. 5명의 후보들은 6차까지 총 1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서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했지만, 600만명에 달하는 자영업자 대책에 대해선 아무런 질문도, 답변도 하지 않았다.

홍준표 후보가 억대 연봉을 받는 ‘강성 귀족 노조’를 비판하면서 “연봉 600만원 이상이면 자영업자”라고 한 궤변이 거의 유 일한 자영업 관련 언급이었다. 국민 9명 중 1명, 경제활동인구 5명 중 1명이 자 영업자인데도 자영업 시장이 외면받는 이유는 뭘까.

눈에 띄는 이익단체 없이 파편화된 데다 수출주도형 경제구조여서 정책 우선 순위에서 늘 밀리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한 마디로 사회 적, 경제적 약자이기 때문. 정부의 무관심 속에 국내 자영업자는 과도한 부채와 저소득에 신음 하며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대한민국 자영업,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MB·박근혜 정부, 자영업 정책 잇단 헛발질

“MB정부, 1000개 가맹점 브랜드 100개 ‘어불성설’. ‘600만 자영업자의 경쟁력, 프랜차이즈로 키운다.”

2009년 9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이 주재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17차 회의에 서 지경부는 자영업 정책의 핵심으로 프랜차이 즈 산업 육성안을 내놨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창업 성공률을 높여주고, 기존 자영업자를 조직 화해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기여 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란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는 2012년까지 가맹점 1000개 이상 건실 한 국내 브랜드 100개 육성, 세계 100대 프랜차 이즈 기업군에 국내 브랜드 3개 이상 진입을 목 표로 내세웠다. 결과는 어땠을까. 7년이 흐른 2016년 말 현재 공 정거래조정원이 집계한 가맹점 1000개 이상 프 랜차이즈는 34개에 불과하다.

이 중 9개는 상호 명이 ‘OO영어교실’, ‘OO수학교실’인 동네 공부 방 프랜차이즈. 이어 편의점 5개, 치킨집 4개 순 이다. 모두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생계형 업종 으로, ‘건실한’ 브랜드 육성이란 당초 목표와 거리가 멀다.

양과 질 모두 실패한 정책인 셈이다. 업계에선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인다. 국내 수요 를 감안할 때 가맹점 1000개 이상 브랜드가 3개 이상 존재할 수 있는 시장은 치킨, 커피, 외식, 편의점, 공부방 등 상권이 좁은 생계형 업종 몇 개뿐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피자, 패스 트푸드 등 다른 업종에서 가맹점 1000개 이상 브 랜드가 등장하면 시장이 포화되거나 독과점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보다는 업종별로 가맹점 300개 안팎 중견 브랜드 5개를 키우는 게 시장 경쟁이나 생태계 건전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라며 “MB정부의 프랜차이즈 육성 정책은 애초 에 효과도, 실현가능성도 없었다.

국내 자영업 시장에 대한 MB정부의 무지(無知)만 드러낸 셈” 라고 꼬집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정책 헛발질’은 이어졌다. 지난해 초 공정거래조정원이 2년전 정보공개서 를 기준으로 치킨 브랜드 순위를 비교한 게 대표 사례다. 1년에도 2~3차례 트렌드가 바뀌는 창업시장에서 2년의 시차는 ‘왜곡’에 가까웠다. 일례 로 가맹점수 3위로 올라선 BHC는 여전히 7위로 기록됐다.

브랜드마다 가맹점 면적이 다르고 맥 주와 식자재 매출 집계방식도 제각각이었지만 브랜드 총매출을 가맹점수로 단순히 나눠 매출 순위를 발표한 것도 실착이었다. 업계가 반발하 자 공정거래조정원은 뒤늦게 1년전 정보공개서 를 비교 근거로 삼고 브랜드 간 순위도 밝히지 않았다. 당초 밝힌 편의점, 베이커리 업종 비교 도 취소했다. 대통령 업무보고까지 한 공정위의 연간 핵심 사업이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정부가 자영업 정책에 예산을 아끼는 건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사업에 정부가 투입한 예산은 2013년 1조 8071억원, 2014년 1조8489억원, 2015년 2조5975 억원으로 3년 연속 늘었다. 문제는 연 2조6000억 원 가량 쓴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제 도나 정책에 대한 체감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업체 3000곳 중 48.1%가 ‘체감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체감한다’는 응답은 11.1%에 그쳤다. 2015년 신설된 ‘소상공인 사관학교’는 실효성 없 는 창업 정책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15년 창 업 교육을 받은 448명 가운데 실제 창업을 한 인 원이 110명(26.4%)에 그쳤기 때문이다(‘소상공인 사관학교 운영현황 및 투입예산’ 자료). 해외 창업 지원 사업은 더 심각하다. 소상공인진흥공 단은 2012년부터 매년 10억원 안팎 예산을 들여 578명의 해외 창업을 지원했지만 실제 창업한 인원은 31명(5.4%)뿐이었다. 그나마 창업 문턱 을 넘은 31명 가운데 4명은 이미 폐업했거나 폐 업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정부의 자영업 정책이 실패를 거듭한 이유는 뭘까. 자영업 관련 전문인력 부족이 근본 원 인으로 꼽힌다. 고경수 폐업119 대표는 “그간 자 영업 지원 정책이 제대로 된 게 없다. 사실 자영 업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부터 부족한 형편”이 라고 토로한다. 실제 학계에선 자영업에 대한 논문수가 절대 적으로 적은 상황이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KERIS)에 등록된 국내 학술지 논문 중 ‘자영업을 주제어로 한 논문은 1995년 이래 150건에 불 과했다. 기호품인 화장품(620건), 와인(940건)은 물론, 2000년대 후반 등장한 스마트폰(1919건) 보다도 적다.

국내 자영업 시장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연구가 부족함을 보여준다. 서울 상 위권 대학에 창업대학원이 거의 없는 것도 창업 전문가 양성이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한 창업대학원 교수는 “국내에 이론과 현업 경력 을 겸비한 창업전문가가 손에 꼽는 실정이다. 대 학에서 창업학과를 만들고 싶어도 교수진을 못 구해 포기해야 할 정도”라며 “자영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산·학 연계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등 떠밀려’ 창업…자영업 공급 과잉

수요가 한정된 시장에 공급이 넘치면 필연적 으로 과열 경쟁이 일어난다. 국내 자영업 시장 도 그렇다. 국회예산정책처의 OECD(경제협력 개발기구) 자영업자 비중 국제비교 분석에 따르면, 국내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26.7%로, OECD 회원국 중 그리스에 이어 2번째로 높았다(2013년 기준).

“국내 자영업자 비 중이 사회경제적 요인을 반영한 OECD 국가 들과의 실증분석을 통해 도출된 적합치에 비해 30~40% 정도 초과하고 있다”는 게 국회예산정 책처의 진단이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자영업자가 많은 걸까. 기업이 ‘고용’이란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못한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국내 취업자 중 임금근로자 비중은 74.1%로 미 국(93.5%), 덴마크(91.4%), 독일(89.2%), 일본 (88.5%), 프랑스(88.4%) 등 선진국에 훨씬 못 미쳤다(2015년 기준). 취업이 안 되니 생계를 위해 자영업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과다한 자영업자를 구조조정해 고용 시장으로 이 동시켜야 하지만 상황은 계속 반대로 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실업률은 5%를 기 록,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5%) 이 후 최고치였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소상공인 지원 융자 사업에만 한해 예산(2조6616억원)의 58.4%에 달하는 1조5550억원을 투입했다.

반면 폐업 후 재창업이나 업종 자체를 전환하려는 소 상공인에게 전문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재 창업패키지’나 ‘희망리턴패키지’에는 각각 52억 2000만원, 100억원만 쓰이는 데 그쳤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자영업자 지원 사업 평가’ 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 금융지원이 경쟁력 없는 사업자 를 연명시키는 등 자영업자 구조조정을 저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태유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 지 자영업 자체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창업 지원이 주를 이룬 탓에 창업 문턱이 너무 낮아졌다. 준비없이 창업한 생계형 자영업자는 빚을 내서라도 안 되는 사업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장사는 계속 어 렵고 빚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계약 때마다 임차료 두자릿수↑

215%. 지난 5년간(2011~2016년) 서울 합정동의 상가 임차료 평균 상승률이다(부동산114 자료). 연평균 15% 이상 임차료가 오른 꼴이다. 이는 지난 5년간(2011~2016년) 서울 합정동의 상가 임차료 평균 상승률이다(부동산114 자료). 연평균 15% 이상 임차료가 오른 꼴이다. 이는 비교적 낙후된 상권의 상가도 포함한 것으로, ‘ 핫’한 상권으로 좁혀보면 임차료 상승률은 훨씬 가팔라진다. 2~3년 만에 2배 가까이 올리는 곳도 적잖다.

1000개 넘는 점포를 모두 임차해서 영업하는 스타벅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 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스타벅스의 전 년 대비 임차료 상승률은 20.4%로 영업이익 증 가율 17.2%을 앞질렀다. 2015년 한 해동안 매장 이 129개 늘어 영업이익도 늘었지만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임차료 지출이 늘어난 것.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뚜레쥬르는 서울 시내 10여개 직영점의 평균 임차료가 최근 5년 새(2011~2016년) 240%나 올랐다. 특히 강남점은 도저히 수지가 안 맞아 매장 문을 닫아야 했다.

물론 파리바게뜨 강남점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커피 프랜차이즈 E사도 같은 기간 서울 시내 직 영점 임차료가 15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2배 이상 올랐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직영점은 ‘쇼윈도(전시) 효과’가 있는 주요 상권에 입점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마케팅 활동을 하며 가맹점 을 간접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수익 자체가 목적은 아니란 얘기”라면서도 “그런데도 임차료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올라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지난해에는 매출 대비 임차료 비중이 20% 가 넘어섰다”라고 토로했다.

과도한 임차료 인상을 막기 위해 국회는 지난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개정, 임차료 인상률 을 연 9% 이내로 제한했다. 그러나 환산보증금 (보증금+월세*100)이 4억원 이하(서울 기준) 점 포만 해당하는 데다 연 9%도 너무 높아 재개정 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위드미 관계자는 “예를 들어 월 100만원 임차료 로 최초 2년 계약 후 연단위로 재계약이 이뤄진 다고 가정하면 할 때, 2년차까지는 100만원, 3년 차 109만원, 4년차 118만원, 5년차 130만원이 된 다. 4년 후 임차료 부담이 30% 오르는 셈인데, 이는 물가상승률이 연 3%도 안 되는 점을 감안 하면 임차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건 물주와 임차인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적정 수 준 임차료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행 따라 고비용 창업도 문제

초기 창업 비용도 낮춰야 한다. 생존율이 낮은 자영업 시장에서 처음부터 너무 큰 돈을 들여 창 업했다가 망해서 이를 회수하지 못하면 패자부 활전, 즉 재창업이 힘들어진다.

국내 자영업 창업의 고비용 구조를 야기하는 가 장 큰 문제 중 하나, 바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권 리금이다.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에 따르면 서울 주요 상권의 권리금은 A급 상권은 보증금의 약 2배, B급 상권은 1.5배에 달한다(시설·집기 등을 인수하지 않는 ‘바닥권리금’ 기준).

서울 B 급 상권에서 20평 가게를 열려면 보증금 5300만 원, 권리금 8000만원 가량이 든다. 보증금은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지만 권리금은 보장되지 않 는다는 점에서 리스크도 크다. 재일 사업가인 최 한우 리얼커머스 대표는 “일본에는 권리금이 없다.

점포 보증금도 최대 1년치 월세를 내는 수준 으로, 초기 창업비용이 한국보다 훨씬 적게 든다. 한국에만 있는 권리금이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보증금과 권리금은 건물주나 전 임차인에게 달 린 문제지만 인테리어·장비 등 시설비는 점주가 조정할 수 있는 비용이다.

그런데 이 비용도 거품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경수 폐업119 대표는 “폐업 사례 3000여건을 컨설팅 한 결과 10명 중 9명은 ‘왜 굳이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 창업했나’ 싶은 수준이었다. 발품을 팔아 보다 저렴한 자재를 찾고 불필요한 낭비 요 소를 줄이면 창업비용의 20~30%는 줄일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단기 유행에 휩쓸려 섣불리 창업하는 세태도 문제다. 최근 우후죽순 늘어난 저가주스와 대만카 스테라가 대표적인 예다. 수개월 만에 전국에 수 천개 매장이 생겼지만 요즘은 일 매출 10만원대 이하로 적자를 기록 중인 곳이 태반으로 알려진다. 외식자재 공급업체인 매일엠즈푸드시스템의 이범훈 대표는 “한때 유행했던 치즈등갈비는 2개월도 안돼 주문이 뚝 끊길 만큼 금방 시들었다. 갈수록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아이템을 개발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ㄹ 노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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