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 쓰러지면 가맹점은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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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월드 9월호]

‘커피왕’ 고 강훈 대표 사망 충격에 제도적 허점 보완 요구

지난 7월 故강훈 KH컴퍼니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업계는 물론이고 많은 소비자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 모회사의 재무구조 악화 소식을 비중있게 다룬 바 있지만 성공 신화를 수 차례 써 내려 온 고 강훈 대표를 둘러싼 상황이 이 같은 결말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은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고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운영하던 브랜드 중 하나인 커피식스 매장 전경

‘커피왕’ 故강훈 대표의 사망으로 모회사 KH컴퍼니 등과 관련 협력사들의 미래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고 강훈 대표가 이끌던 망고식스 100여곳, 쥬스식스·커피식스 220여곳 등 총 3백 여 곳의 가맹점이다. 그간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 버텨온 가맹점 사업자들은 고 강훈 대표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현 제도상 가맹본부가 무너지면 가맹점이 구제받을 길이 사실상 전무하다시피하기 때문이다.

물론 향후 회사가 정상화된다면 최악의 경우는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물류 공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가맹점 사업자들은 그저 손놓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에 이번 일을 계기로 가맹본부가 무너질 경우를 대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가맹점 사업자와의 상생안을 제안하고 있는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엎친 데 덮친 격가맹점 사업자들의 눈물

망고식스를 운영하는 KH컴퍼니와 커피식스 등을 운영하는 계열사 KJ마케팅은 지난 7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특히 KH컴퍼니는 2015년부터 성장세가 꺾여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매출은 106억원으로 전년 194억원에서 반토막났고 영업손실도 11억 원으로 늘어났다. 자산 총액은 70억 1400여만원, 부채는 68억 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사측은 회생 절차를 거쳐 회사를 매각하거나 투자를 유치해 조달한 자금으로 회사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가뜩이나 높지 않던 정상화 가능성은 고 강훈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각종 송사 가능성 등으로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내부 상태도 심각하다. 이미 KH컴퍼니는 가맹점 사업자들로부터 인테리어·간판·기계장비 등의 대금을 받아 놓고도 30~40억원 가량을 협력업체에 지불하지 못해 물의를 빚어 왔다. 본사 직원들에게 임금도 지불하지 못해 상당수가 퇴직, 현재 남은 직원은 수 명에 불과하고 가맹점에 물류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지도 반년이 지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인 회생 절차 개시는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 지난 7월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한 KH컴퍼니를 담당하는 서울회생법원 13부(이진웅 부장판사)는 고 강훈 대표의 사망으로 기일을 연기한 끝에 두 차례 심문 기일을 열었지만, 고 강훈 대표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한 KH컴퍼니는 결국 8월 22일 법원의 허가를 얻어 회생절차 신청을 취하했다. 사내 이사가 없어 심지어 임시 대표조차 뽑지 못한 KJ마케팅의 회생 절차 신청은 기각됐다.

KH컴퍼니 등은 회생계획안을 정리하고 채무관계를 조정할 여지가 있는지 등을 파악해 다시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낼지 결정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이 어떻게 잡힐지는 미지수로 3백여명의 가맹점 사업자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정상화 일정이 더욱 꼬인 셈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가맹금 반환 법령 있지만 실효성 낮아

이처럼 가맹본부의 사업 중단 가능성으로 폐업 위기에 놓인 가맹점 측을 제도적으로 구제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은 예전부터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현재 관련 법령상 가맹점 사업자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가맹금 반환 요청과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 정도에 불과하지만 하루하루가 전쟁과도 같은 폐업 위기의 가맹점 사업자들에게는 실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가맹금 반환 사유를 규정하고 있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명 가맹사업법 제10조 1항에 따르면 가맹본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사업을 일방적으로 중단할 경우 가맹본부는 가맹점 사업자에게 가맹금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실제 가맹금 반환이 성사되기까지는 가맹사업 중단의 부당성, 가맹본부의 지급 여력 등 다양한 면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같은 조 2항에 따르면 가맹계약의 체결 경위, 잔여 가맹계약 기간, 가맹본부의 귀책 정도 등에 따라 가맹금 반환 비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결론에 이르기까지 소요될 기간과 비용 및 수고, 업종전환 시 새롭게 들어갈 억대의 인테리어 비용 등 폐업 비용 등을 고려하면 오랜 기간 영업을 영위해 온 가맹점 사업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조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상위 10개 커피 브랜드의 최초 가맹금은 평균 2천만원 선으로 조사된 바 있다.

기댈 곳은 가시밭길민사소송 뿐

그나마 가맹금은 법적으로 반환 의무를 지울 수단이라도 있지만 그 외의 피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쟁조정이 불성립될 경우 가맹점 사업자들이 직접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번 망고식스 사태의 경우 가맹점 사업자들이 인테리어·간판·기계장비 등의 명목으로 건넨 40억원 가량은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물론 KH컴퍼니 측은 회생 절차를 통해 회사가 정상화되면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대금이 가맹점 사업자에게로 반환될지 협력업체로 지급될지도 예측하기 힘들고 회사 사정을 감안할 경우 가맹점 당 평균 1000만원에 가까운 대금이 과연 가맹점 사업자에게 무사히 전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한 점포를 둘러싼 문제도 가맹점 사업자들을 막막하게 하는 요소다. 업계에 따르면 망고식스 가맹점 사업자들은 본사가 임차하고 있는 건물과 매장 임차 계약을 별도로 맺는 체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여 KH컴퍼니의 회생 절차 개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임대 계약이 그대로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경우 거금을 투자한 매장 인테리어나 매장 권리금 등도 허공으로 흩어질 공산이 크다.

결국 가맹점 사업자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손해배상 소송 등 민사소송밖에 남지 않는다. 가맹사업을 관장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 가맹거래과 측은 현재 KH컴퍼니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만큼 이에 따른 가맹점 사업자들이 입었거나 입을 것으로 예측되는 직·간접적 손해는 민사소송으로 푸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 상황의 원인이 불공정행위에 따른 결과가 아닌 만큼 회생절차 진행 여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다수 생계형 가맹점 사업자들이 법적 절차를 진행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수 년간 프랜차이즈 산업의 외연이 크게 확대되면서 마찬가지로 많은 가맹본부가 사라지고 있지만 가맹본부의 가맹사업 중단에 따른 대법원 판례가 거의 축적돼 있지 않은 것도 결국 법적 절차에 나선 가맹점 사업자들이 생계 유지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도외시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크라운베이커리 사태가 주는 교훈

가맹본부가 갑자기 무너진 대표적 사례인 크라운베이커리 사태를 살펴 보면 역시 이 같은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크라운베이커리는 1968년 설립돼 수 십여년 간 제빵업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 왔던 크라운제과에서 1988년 별도 분리된 제과·제빵 프랜차이즈였다.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에는 가맹점 수가 1천여 개에 육박할 정도로 소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지만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CJ그룹의 뚜레쥬르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밀리면서 가맹점 수가 꾸준히 줄기 시작했다. 2011년 4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후 2012년 모회사 격인 크라운제과에 결국 다시 합병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결국 2013년 크라운베이커리는 경영난을 이유로 가맹사업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고, 숱한 가맹점들의 이탈에도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70여명의 가맹점 사업자들은 회사 측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반발, 협의회를 구성하고 폐업에 따른 보상을 요구했다. 가맹점 사업자들은 이미 중단 선언 1년여 전부터 가맹사업 정리 움직임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에 본사를 제소하는 등 크게 사이가 틀어져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적게는 1억원 가량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투자한 대부분의 가맹점 사업자들은 결국 현실적 문제에 부닥친 끝에 직전 12개월 매출의 한 달 평균을 기준으로 1000만~1500만원 수준의 보상금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막대한 인테리어 비용 때문에 폐업을 선택하거나 다시 거금을 끌어와 타 베이커리 브랜드로 전환했다.

당시 대부분의 가맹점 사업자들은 회사의 무책임한 영업 정책 탓에 매출이 크게 떨어지고 결국 가맹사업 중단에 이르게 된 만큼 보상금 규모가 너무 적다며 불만을 토로했지만, 본사가 사업 철수를 선언해 버린 만큼 오랜 갈등으로 지친 상태라 마지 못해 협상에 응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나마 크라운베이커리의 경우는 크라운제과가 버티고 있어 보상이 가능했지만 중소 가맹본부의 경우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다.

25년 여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크라운베이커리

보호 장치 필요성 갈수록 커져

지난 7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맹본부 숫자는 전년에 비해 9.2%나 증가한 4268개로 늘었지만 평균 가맹사업기간은 4년 8개월로 5년도 채 되지 않았다. 가맹사업을 중단하는 가맹본부가 늘어나는 만큼 가맹본부가 경영 악화, 파산, 부도 등으로 갑작스럽게 사업을 중단하는 경우 손해를 입은 가맹점 사업자를 보호하는 장치의 필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가맹사업법에는 가맹금을 가맹본부가 예치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가맹점 사업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정이 존재하고 있기는 하다. 가맹사업법 제6조의5 1항에 따르면 가맹점 사업자 피해보상 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 가맹본부는 가맹점 사업자로 하여금 가맹금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에 예치해야 하고 직접 가맹본부가 가맹금을 수령하는 것이 금지된다.

하지만 이는 가맹본부가 가맹금을 초기 가맹점 사업자의 지원에 쓰지 않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제정된 규정이다. 같은 조 3항에 따르면 가맹본부는 가맹점 사업자가 영업을 개시하거나 가맹계약 체결일로부터 2개월이 경과한 경우 절차에 따라 예치된 가맹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이미 영업을 영위하고 있는 가맹점 사업자들이 사업 개시 당시 본부에 건넨 가맹금의 반환과는 무관한 규정이다.

물론 가맹본부가 가맹점 사업자 피해보상 보험계약을 체결했을 경우에는 가맹금 문제뿐 아니라 인테리어 하자 및 과다 비용 징수, 상권분석 실패, 물품 공급 지연 등 조금 더 다양한 사유에 의한 피해 보상이 가능해 진다. 하지만 법적으로 보험 가입이 필수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역시 실효성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협회 상생혁신안 등 대안 논의 주목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최근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8월 초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의 상생을 위한 정책 대안으로 ‘프랜차이즈 상생협안을 위한 5대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장제원 의원은 그 중 하나로 가맹본부의 보험 의무 가입 안을 소개했다. 가맹본부의 부도로부터 가맹점을 보호하기 위해 가맹본부가 보험을 들도록 만들어 이번 사태 같은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해당 개정안은 중소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부담 증대, 경영난의 책임 소재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는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가맹본부가 가맹사업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위기에 처한 가맹점 사업자들을 보호하고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건전한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되고 있다.

또한 앞서 프랜차이즈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상생혁신안 마련에 착수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 7월 28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가맹점 사업자들의 각종 피해 보상을 위한 공제조합을 신설하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설립된 공제조합은 다단계판매업과 상조업에 총 4개가 있으며 이들 업종은 공제조합 설립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가맹사업법에도 가맹점 사업자의 피해보상과 관련된 공제조합 설립 요건 등이 규정돼 있지만 현재까지 가맹사업 분야에서 설립된 공제조합은 없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업계 스스로의 자정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과 가맹본부들의 출자를 유도, 공제조합 가입을 촉진함으로써 가맹점 사업자와의 상생에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글 김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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