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상권 쇠락의 진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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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월드 9월호]

지자체· 건물주· 임차인 등 지역공동체가 지역 상승 가치 공유해야

최근 ‘프랜차이즈’가 시사적 화두가 된 만큼이나, 이와 연관해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단어 역시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단어 중 하나로 조명되고 있다. 특히 시사예능 ‘알아두면쓸데없는신비한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에서 언급되며 더욱 관심을 받았다.

젠트리피케이션은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uth Glass)가 처음 사용하였다. 글래스는 런던 서부에 위치한 첼시와 햄프스테드 등 하층계급 주거지역이 중산층 이상의 계층 유입으로 인하여 고급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이에 따라 기존의 하층계급 주민은 치솟은 주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여 결과적으로 살던 곳에서 쫓겨남으로써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하여 이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처럼 일정 지역에 자본이 집중 투여되면서 해당 지역은 환경이 향상되고 부동산 가격 등 전반적인 자산 가치가 상승하지만, 그에 따라 비용도 높아져서 원래의 저소득층 주민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밀려나게 되는 현상이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대 이후 번성해진 구도심의 상업공간을 중심으로 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어 사회적 관심을 끌었다. 대표적 사례로 홍익대학교 인근(홍대 앞)이나 경리단길, 경복궁 근처의 서촌, 상수동 등지를 예로 들 수 있다. 임대료가 저렴했던 이 지역에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나 공방, 갤러리 등이 들어서면서 입소문을 타고 유동인구가 늘어났다. 하지만 이처럼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자본이 유입되어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가 입점하는 등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모하였고, 결국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기존의 소규모 상인들이 떠나게 되었다.

압구정로데오 상권 몰락 대표적인 사례

‘알쓸신잡’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가 나온 계기는 경주 황남동의 카페거리가 1~2년 만에 10배에 가깝게 땅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이라는 저서를 통해 토지 임대료와 빈곤의 상관관계를 밝혔다. 생산력이 증가하는 ‘진보’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 보다 부동산 지가 상승폭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것. 기술 진보로 창출된 부는 결국 토지 소유주에게 귀속된다는 것이다. 화폐를 비롯한 생산제는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가치가 크지 않은데 반해, 토지의 경우 따로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치 상승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가속화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인해 상권은 결국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투자수익률 대비 임대가격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공실률도 늘어가기 쉽다는 것이다.

현재의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보면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이른바 ‘뜨는 지역’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압구정로데오 상권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상권이 몰락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2015년부터 로데오거리 안쪽을 중심으로 꾸준히 임대료가 하락하고 있다. 이렇게 임대료가 낮아지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상권의 쇠락에 있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압구정로데오 거리의 ‘3년간 개업 대비 폐업신고율’은 19.6%다. 점포를 낸 상인의 5명 중 1명은 3년 내 문을 닫는다는 뜻이다. 작년 2분기에는 3년간 개업 대비 폐업신고율이 16%였는데 1년 만에 3.6%포인트 상승했다. 기존 전체 상인 중에서 폐업한 비율을 뜻하는 ‘폐업신고율’도 1년 새 2.1%에서 4.1%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매출 하락과 폐업 증가로 공실도 급증했다.

상권 침체가 지속되자 강남구는 압구정로데오 상권 내 건물주와 상인들로 로데오상권 활성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임대료 인하, 상권 활성화 방침도 세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권 활성화를 위한 특색 있는 콘텐츠가 마련되지 않는 한 압구정로데오 거리의 상권 회복은 요원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경리단길의 모습 역시 로데오거리를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상가 임대료가 무섭게 치솟았던 이곳은 찾는 사람들이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집 걸러 한집 꼴로 문을 걸어잠근 점포, 간판을 떼어낸 점포 등 다소 황량한 모습이다.

“젠트리피케이션에는 승자도 있고, 패자도 있다. 그러나 도심의 쇠락은 모두를 패자로 만든다.”

사회적 비용 줄이자제도 개선 공청회

중소벤처기업부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임대료가 치솟아 그 동네를 일군 임차인들이 영업적 가치를 회수하지 못한 채 밀려나는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지난 7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그간 정부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상가임대차법)’을 통해 상가건물 임대차에서 사회·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의 경제생활 안정을 도모해 왔다. 동법을 통한 노력에도, 현행법의 적용범위(지역별 환산보증금),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5년), 높은 임대료 상한한도(9%), 퇴거보상제도 미비 등의 이유로 소상공인 등 임차인 보호에 한계가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여 공정한 임대차 환경을 마련하고자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실과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번 공청회를 공동개최한 것이다.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임차인이 안정적 경영활동을 지속하고 이로 인한 영업적 가치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상가임대차법 적용범위의 확대(환산보증금 경제상황 반영), 상가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 연장(5 →10년), 임대인의 퇴거보상의무 인정, 권리금 보호범위 확대(전통시장 포함), 임대료 상한한도 축소 등이 고려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상가 임대차를 둘러싼 갈등과 분쟁이 해소되고, 이로 발생되는 사회적 비용이 감소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상생협약 체결로 임대료 상승 잡은 성수동

서울 성동구가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으로 추진해온 ‘상생협약’이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동구가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지속가능발전구역 내 상가임대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수1가2동에서 올 상반기 임대료 갱신 계약을 한 78개 업체 중 60곳에서 임대료가 동결됐다. 또 78개 업체의 평균 임대료 인상률은 지난해 17.6%에서 올 상반기 3.7%로 13.9%포인트나 떨어졌다. 성수1가2동 내 서울숲길 일대는 지난해 임대료 평균 인상률이 19.3%였지만 올 상반기에는 6%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수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정한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인 9%에 비해서도 한참 낮은 것이다. 특히 성수동 일대가 최근 서울에서 가장 주목받는 상권 중 하나로 임대료가 치솟는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놀라운 결과라는 평가다.

성동구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지속가능발전구역 내 611개 업체 중 올 상반기 임대료 계약을 갱신한 78개 업체를 대상으로 임차인 탐문 방식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지속가능발전구역이란 성수1가2동의 서울숲길, 방송대길, 상원길 일대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고 지역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구에서 특별 관리하는 구역이다.

성동구는 “떠오르는 동네로 주목받기 시작한 성수동 지역의 상승된 가치를 건물주뿐만 아니라 기존의 지역공동체가 함께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상생협약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결과, 임대료가 전체적으로 하락했다”며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문제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성동구는 지난해 초부터 건물주·임차인·성동구간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을 지킨다고 약속하는 상생협약을 추진해 왔다. 1년6개월 만에 성수1가2동 건물주 중 62%가 이 협약에 동참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상생협약 체결 업체뿐만 아니라 미체결 업체에서도 임대료 인상률이 떨어지는 모습이 발견됐다. 상생협약을 체결한 건물들에서는 평균 임대료 인상률이 2.9%로 조사됐고, 미체결 건물들에서는 4.5%로 나타났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지방정부협의회장도 맡고 있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상생협약이 임대료를 낮추는데 효과가 크다고 보고 적용 구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며 “상생협약이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이행강제성을 부여하거나 동참 건물주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적극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정책의 성패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른 감이 있고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이런 성과는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사회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글 이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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